전체 글128 뿌리 아래 숨겨진 세계: 땅속 미생물과 식물의 놀라운 동업 베란다 화분에 시들어가던 바질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물도 제때 주고, 햇빛도 충분히 받는데 왜 이렇게 힘없어 보일까?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작년 등산길에서 본 광경이었다. 바위틈에서 억세게 자라는 소나무들. 척박한 땅에서도 어떻게 저렇게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걸까?답은 땅속 깊은 곳,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동업자들식물 뿌리 주변은 생각보다 훨씬 북적거리는 공간이다. 뿌리 주위의 수 밀리미터 공간에 불과하지만 식물이 자라지 않는 토양에 비해 약 10배에서 100배 이상의 세균이 서식한다. 이곳을 '근권'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붐비고, 바쁘고, 온갖 거래가 벌어지는 곳 말이다.하지만 이 거래는 우리가 아는 그런 거래.. 2025. 6. 9. 식물도 중력에 영향을 받을까? 평형석, 옥신, 굴지성에 대해서 베란다에서 키우던 고무나무가 넘어졌던 일이 있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화분이 완전히 옆으로 누워있었고, 축축한 흙이 베란다 바닥에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급하게 화분을 일으켜 세우면서 차가운 흙을 손으로 다시 모아 담았는데, 고무나무 줄기는 여전히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였다. 혹시 뿌리가 상했나 싶어 살살 만져보니 줄기가 묘하게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느낌이었다.'이제 죽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며칠 후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옆으로 누워있던 줄기 끝이 서서히 하늘을 향해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했지만, 이틀째부터는 확실히 변화가 보였다. 마치 식물이 "아, 내가 누워있구나. 다시 일어나야지"라고 스스로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아침마다 화.. 2025. 6. 8. 식물 생식 방식의 비밀 | 유성생식 vs 무성생식, 놀라운 차이점 발견기 얼마 전 화단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딸기 화분 하나에서 가느다란 줄기가 쭉 뻗어 나와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새로운 딸기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어미가 새끼에게 탯줄로 영양분을 전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옆에는 작고 하얀 딸기꽃이 벌들의 분주한 방문을 받으며 열매를 맺어가고 있었다."어? 똑같은 딸기인데 왜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 번식하지?"알고 보니 식물의 번식 방식은 생존을 위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영리한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꽃가루와 암술을 통한 유성생식부터 자신을 복제해 내는 무성생식까지, 각각의 식물 생식 방식에는 치밀한 생존 전략이 숨어 있었다.유성생식의 원리 - 꽃과 씨앗의 로맨스꽃이 피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다우리가 봄마다 감탄하며 바라보는 꽃들은 식물의 생식기관으로.. 2025. 6. 7. 식물의 빛 감각과 반응. 태양을 쫓는 진짜 이유 거실 한 구석에 놓인 스킨답서스가 이상하게 비뚤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분명 화분을 정면으로 놓았는데도, 줄기와 잎이 모두 창가 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자라고 있었다. 창가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오후 햇살을 향해 온몸을 뻗고 있는 모습이 마치 "저기요, 빛 좀 더 주세요!"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손가락으로 살짝 만져본 잎은 햇빛을 받는 쪽이 더 도톰하고 싱싱한 느낌이었다.그때까지만 해도 식물이 그냥 '빛을 좋아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간 관찰해 보니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매일 아침마다 잎들이 조금씩 더 창가 쪽으로 향해 있었고, 심지어 화분을 180도 돌려놓아도 며칠 후면 다시 똑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이건 분명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였다.식물에게도 사람처럼.. 2025. 6. 6. 식물의 생체시계와 광주기 - 자연이 숨겨둔 시간의 비밀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던 작은 미모사를 관찰하던 중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낮에는 잎을 활짝 펼치고 있다가 해가 지면 어김없이 잎을 접는 모습이 마치 작은 시계를 보는 듯했다. 더 놀라운 건 며칠간 계속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의 정확한 시간에 잎을 열고 닫는다는 점이었다."대체 얘는 어떻게 시간을 아는 거지?" 호기심이 생긴 나는 미모사를 어두운 방에 하루 종일 둬보는 실험을 해봤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 작은 식물은 여전히 규칙적으로 잎을 열고 닫았다. 마치 몸속에 정교한 시계가 들어있는 것처럼 말이다.300년 전 프랑스 천문학자의 엉뚱한 실험이 현상은 사실 300년 전인 1729년 프랑스 천문학자 장-자크 도르투 드 메랑이 미모사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똑같았다. 그는 "쓸데없어.. 2025. 6. 5. 식물 호르몬의 종류와 상호작용. 놀라운 성장의 비밀 베란다에서 키우던 바질이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자라는 모습을 보고 참 신기했다. 그때까지는 식물이 그냥 물과 햇빛만 있으면 알아서 자라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식물도 우리처럼 복잡한 '호르몬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동물의 호르몬이 성장과 생리를 조절하듯, 식물호르몬은 식물체 내의 작은 신호전달물질로서 지베렐린(gibberellin), 옥신(auxin), 사이토키닌(cytokinin), 브라시노스테로이드(brassinosteroid), 앱시스산(abscisic acid), 에틸렌(ethylene), 자스몬산(jasmonic acid), 살리실산(salicylic acid) 및 스트리고락톤(strigolactone) 등이 있다.그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주요 호르몬 5가지를 중심으로.. 2025. 6. 4. 이전 1 2 3 4 5 6 ··· 22 다음